기헌은 나의 멘토 중 한 사람이자 존경하는 사촌 이경희 형님의 큰아들이다. 형님은 큰집 큰아들이고 나는 작은 집 큰아들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세 아들을 두셨는데 할아버지는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고, 할머니는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세상을 뜨셨다. 할머니 입장에서 보면 경희 형님은 큰아들에게서 난 큰손주이고 나는 셋째 아들에게서 태어난 큰손주이다. 엄격하기 그지없던 유교 집안의 며느리였던 할머니가 집안에서는 처음으로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였고 제사를 없애버리셨다. 서동댁이라는 택호로 불리셨던 이남숙 할머니는 어려운 중에도 꿋꿋이 신앙을 지키며 녹록지 않은 살림을 꾸리셨다. 대가 세고 강인한 성격의 할머니는 하루 세 시간씩 거적을 뒤집어쓰고 뒤란에서 기도하셨다. 할머니는 경희 형님과 내가 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