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 속에 텅 빈 공간이 있다. 아무것도 없는 마치 백지 같은 공간. 김호연 작가가 쓴 소설 '불편한 편의점'에 나오는 독고처럼 자신의 과거를 모두 잊어버린 깜깜함이 내게도 있다. 독고가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나의 경우 과거 자체가 존재하지 않은 점이 다를 뿐이다. 그 백지 같이 텅 빈 공간은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식사 시간이다. 일과를 마친 후 온 식구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하루에 있었던 일을 오손도손 이야기하며 정겹게 밥 먹는 평범한 일상의 시간이 내게는 없다. 두 딸이 한창 자랄 무렵 십 년 동안 소위 말하는 기러기 아빠로 가족과 떨어져 지냈기 때문이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젊은 부부가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는 장면을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보기라도 하면 부럽다 못해 아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