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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간호사 아버지와의 대화/박소진

“간호사 몇 년 차예요?” 재직 중인 병원에서 근무한 첫날. 중년 남성 환자가 내게 물었다. “6년 차예. 왜요?” 불편한 기색을 살짝 묻혀 대답했다. “처음 오신 분인 것 같아서요. 선배들이 잘해줘요? 여기도 태움 같은 거 있어요?” “아뇨. 다 잘해주세요.” 이런 짓궂은 질문은 병원을 옮길 때마다 듣는군, 속으로 생각하며 대답을 짧게 했다. “내 딸아이도 간호사인데 선생님이랑 나이가 비슷할 것 같아서요. 처음에는 큰 병원에서 일했는데 맨날 울면서 다니더니 얼마 못 가 그만두더라고요. 그렇게 힘든가요?” 좀 더 대화해보니 그저 딸의 힘듦을 이해하고 싶은 아버지로서 한 질문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내 마음은 누그러졌고 일면식도 없는 간호사에게 동료애마저 느꼈다. 나 또한 같은 경험이 있기에 딸이 얼마나 ..

미셀러니 2022.12.08

사랑하는 어머님

사랑하는 어머님, 지혜는 이사 잘 마쳤습니다. 캐나다의 포트 이리에서 미국의 버펄로로 이사했지요.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옮겨 갔지만 살던 곳애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입니다. 학군을 비롯한 주거환경이 좋아 버펄로에서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동네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태호(사위)와 지혜가 매일 국경을 건너 출퇴근을 해야 했는데 이제는 국경을 건너지 않아도 되니 잘된 일이지요. 30대 중반의 부부가 살기에는 집이 좀 큰 편이나 두 사람의 사회적 위치 등을 고려하면 적절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포장이사를 하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짐을 싸고 트럭을 빌려 이사했는데 수고는 하였지만 경비를 많이 줄일 수 있었습니다. 저희 부부도 이사하기 전날인 금요일에 가서 짐을 싸는 것과 옮기는 것을 도와주었지요. 화요일에..

미셀러니 2022.12.02

폭설

지난주까지만 해도 영상 18도까지 올라갔던 기온이 뚝떨어지고 사방에 눈이 쌓였다. 포트 이리와 버펄로에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릴 것이라고 한다. 어제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주말까지 1미터에 이를 것이라고도 예고하고 있다. 버펄로는 2014년 11월 강력한 한파와 함께 24시간도 되지 않는 기간에 1.5 미터의 눈이 내려 일주일 가량 도시기능이 마비된 적이 있었다. 기상청은 그때에 견줄만한 폭설이 될 수도 있을 것임을 경고한다. 지구촌의 기후가 확실히 예전 같지 않다. 한 마을을 통째로 날려 버리는 강풍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내리는 폭우, 오십 도에 가까운 폭염, 맥없이 무너져 내리는 빙하… 우리 모두가 기후와 환경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실천해야 할 때다.

미셀러니 2022.11.18

국화 화분을 정리하며

가을엔 국화가 제격이다. 은은한 향을 풍기며 가을 정취를 느끼게 하는 국화는 울긋불긋 물드는 단풍과 함께 가을을 알리는 전령사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하지만 핼러윈 데이가 지나가고 낙엽이 대지 위에 쌓여갈 때쯤이면 국화도 이미 절정을 지나 시들기 시작한다. 바람에 쓸려 다니던 낙엽마저 자취를 감추고 눈발이 날리면 국화도 떠나갈 채비를 한다. 대지가 꽁꽁 얼어붙고 흰 눈이 내려 설국을 이룰 때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떠나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미련 없이 떠나는 것들... - 강단을 장식했던 국화 화분을 정리하며 -

미셀러니 2022.11.16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용감히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느긋하고 유연하게 살리라. 그리고 더 바보처럼 살리라.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더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더 자주 여행을 다니고 더 많은 산을 오르고, 더 많은 강을 헤엄치리라. 아이스크림은 더 많이 그리고 콩은 더 조금 먹으리라. 어쩌면 실제로 더 많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어나지도 않을 걱정거리를 상상하지는 않으리라. 나는 매 순간을 매일을 좀 더 뜻깊고 사려 깊게 사는 사람이 되리라. 아, 나는 이미 많은 순간들을 마주했으나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그런 순간들을 많이 가지리라. 그리고 순간을 살되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지 않으리라. 먼 나날만 바라보는 대신 이 순간을 즐기며 살아가리라. 지금까지 난 체온계와 보온병, 비옷, 우산, 그..

미셀러니 2022.11.16

친 환경 비누 만들기

본한인교회 환경위원회가 주관하는 친환경 비누 만들기 위크샵이 11월 12일 토요일 아가페 센터에서 열렸다.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참가자를 24명으로 제한하여 신청을 받았다. 일치감치 신청이 마감되었고 성황리에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환경위원회 박미경 팀장의 지도로 시작된 워크숍은 두 시간 동안 가량 계속되었는데 참가자들은 진지하게 친환경 비누와 세제 만들기의 필요성에 대해 들었고 공감했다. 지구를 아름답게 보존하고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에 기쁨으로 참여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고 밝았다. 세제를 직접 만들어보면서 어린아이들처럼 재미있어하기도 했다. 실습은 다섯 개 조로 나누어져 진행되었는데 자신들이 만든 비누와 세제는 각자가 집으로 가져가 사용하도록 하였다.

미셀러니 2022.11.13

2022년 골프시즌 결산

김동욱, 장해중 후배와 골프를 하여 오늘 아침에는 헬스클럽에 가는 대신 팀 호튼으로 왔다. 오후에 비가 올 예정이라고 하니 굿 라이프 피트니스에서 수영과 자전거 타기, 근육운동을 할 예정이다. 어제 카디날 웨스트에서의 골프(2022년 시즌 마지막 라운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그런대로 만족할 만했다. 전반 5개 후반 9개, 도합 14개로 85타를 쳤다. 전반 나인은 좋았으나 후반 나인에서는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더러 했다. 예를 들면 7번 아이언을 잘 못 쳐 더블 보기를 한다든지 가까운 거리의 퍼팅을 놓친다든지 하는 일이다. 후반 나인에서 최소한 4개는 더 줄여야 했다. 더블 보기를 했던 홀은 충분히 이븐이나 파를 할 수 있는 홀이었는데도 실수로 인하여 더블 보기의 스코어를 기록했다. 아이언 샷에서는 ..

미셀러니 2022.11.11

청송사과

누가복음 13장 18절~21절을 읽으며 겨자씨 비유와 누룩 비유를 통하여 말씀하시는 하나님 나라를 묵상해 보았습니다. 마침 오늘 아침에 읽은 한 글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지만 동시에 부지중 '하나님 나라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어 나눕니다. 지금쯤 고국 과수원엔 탐스런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있겠지요. "제가 대학교3학년일 때 등록금이 없어서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했습니다. 학자금대출이지만 보증인이 있어야 했습니다. 많은 친척들이 있었지만 보증이라는 말에 누구도 해 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제가 출석하던 교회에 청송에서 과수원을 하시는 장로님이 계셨는데, 등록금이 없다는 말을 들으시고는 청송에서 4시간 버스를 타고 오셔서 보증을 서 주셨습니다. 보증을 서 주시면서 등록금 한번 내주어야 하는데 보증..

미셀러니 2022.10.27

관용

오래전 토론토에서 한 가구점을 운영하면서 있었던 일이다. 폴란드 계 직원이 의자를 훔쳐갔다. 주인인 사장이 알게 되었지만 없었던 일로 해주었다. 얼마나 가지고 싶었으면 그랬을까라며 이해해 주었다. 이후 직원은 더 충성스럽게 일했다. 회사를 그만둔 직원은 어느 날 사장을 찾아왔다. 삼천 불이 필요하니 달라고 부탁했다. 당신이라면 자신의 말을 들어줄 것 같더라고 했다. 수중에 있던 천 불을 내어주며 이천 불은 나중에 주겠노라며 돌려보냈다. 천 불로 때우고 이천 불은 주지 않으려는 속셈이었다. 가구점을 운영하던 사장도 당시 사정이 그리 좋지 않을 때였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낮에 있었던 일을 가족들에게 털어놓았다. 듣고 있던 큰딸이 말했다. "아빠, 돈은 그런 때 쓰라고 버는 것 아닌가요? 없으시면 제가 이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