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감격이 있는 나날 88

보카시 컴포스팅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퇴비로 만들어 쓴다는 분들이 주변에 더러 있었다. 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방법을 몰라 세월만 보냈다. 그러던 중 생태와 환경 보호에 관한 강의를 연속으로 들었다. 당장 실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인터넷(Amazon)으로 EM(Effective Microorganism) 원액을 주문하였더니 다음 날 도착했다. 쌀뜨물과 설탕, 소금, EM 원액을 썩어 발효액을 만들기 시작했다. 완성된 EM 발효액을 물에 희석한 후 쓰레기통 주변에 살짝 뿌려보았더니 거짓말처럼 냄새가 가셨다.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작업은 보카시 컴포스팅(Bokashi composting) 방법을 쓰기로 했다. 보카시 컴포스팅을 위해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담는 용기에 EM 원액과 당밀을 혼합하여 발..

나이아가라 협곡을 걸으며

년 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만 보를 걷기로 마음을 먹었다. 실제는 일주일에 삼사일 정도 걷는 듯하다. 포트 이리에서 토론토로 돌아오는 길, 가을 정취도 즐길 겸 나이아가라 절벽 아래 트레일을 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거친 후 하이웨이 420쪽을 향하다 차를 돌려 월풀(Niagara Whirlpool)로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강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절벽 아래로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도록 만든 철제 구조물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오금이 저린다. 그것도 잠시,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보니 눈 앞에 펼쳐진 광활한 풍광에 숨이 막힌다. 나이아가라 협곡을 따라 흐르는 강물이며 절벽 주변에 심긴 나무와 숲, 이 장엄한 풍경을 혼자서 보고 있자니 미안..

프랜드십 트레일(Friendship Trail, Fort Erie)

걷는다. 생각하며 걷는다. 걸으며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흰 구름을 바라보기도 하고 단풍 든 숲을 바라보기도 한다. 나무는 하나둘 잎을 떨어뜨려 겨울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길 양옆으로 늘어선 수막(sumac, 미국 옻나무)이 노란 리본을 흔들며 격하게 반긴다. 입 맞추고 싶도록 앙증맞다. 고마운 마음으로 인사를 건네며 발걸음을 옮긴다. 늦가을 신선한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떨어진 낙엽과 젖은 땅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구수한 냄새. 듬성듬성 습지가 보이는가 하면 실개천도 보인다. 흐르는 물은 곧 호수에 다다를 것이다. 포트 이리 Friendship Trail은 대자연에 속한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며 살아있음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놀이터요 학습장이다. 2021년 11월 2일 https://www.fo..

아가 나무 엄마 나무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아기를 두고 출근을 해야 하는 수많은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출근 준비를 끝낸 딸아이가 다섯 달 된 아들을 안고 젖병을 물린다. 탁자에 눕혀 기저귀를 갈아준 후 아가 얼굴을 가만히 바라본다. 아기는 엄마 얼굴을 응시하며 까르르 웃는다.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표정이 애잔하다. 딸은 친정엄마에게 아들을 맡기고 문을 나선다. 손주를 껴안은 할머니는 문 앞에 서서 “아가야 엄마 잘 다녀오세요 해야지, 딸아 조심해서 운전하고 잘 다녀와”라고 말하며 문을 닫는다. 캐나다의 경우 생활비가 많이 드는 편이다. 남편과 아내 두 사람이 벌어야 충당할 수 있을 정도이다. 물론 남편이나 아내 한쪽만 일해도 수입이 충분하여 다른 한쪽은 육아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부부가..

책상과 의자가 제자리를 찾았어요

자주 들르는 팀호튼 커피점의 테이블과 의자들은 긴 시간 동안 한쪽에 쌓여있었다.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테이프로 막아두기도 했다. 팬데믹 기간 중 손님들이 앉지 못하도록 한 조치였다. 오늘 팀 호튼에 와보니 한쪽으로 치워져 흉물스럽기까지 했던 테이블과 의자들이 제자리를 찾아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며칠 전 온타리오 정부가 식당이나 커피점에 앉을 수 있는 숫자의 제한을 없앤 덕분이었다. 무척이나 반갑고 기뻤다. 이른 아침 커피점에 앉아 조용히 생각하며 읽고 쓰는 일도 거저 주어지는 것만이 아님을 이번 팬데믹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아무렇지 않게 이용하고 즐기는 주변 환경이, 평범한 일상이,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확실히 알았다. 팬데믹 기간 중 깨달은 이 일상의 소중함을 부디 잊지 않게 되기를…

더불어 살라는 경고, 팬데믹이 준 선물 2

일상을 온통 뒤바꿔 놓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도 우리의 삶을 재조정하라는 신호가 아니었을까. 생각 없이 바쁘기만 했던 생활을 되돌아보고 중요한 것에 집중하며 살라는 충고였다. 중심 없이 소란스럽게 살기보다는 자신을 돌아보고 조용히 안으로 침잠하며 중심 잡고 살라는 메시지였다. 자연의 소중함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편리함을 쫓아서만 생활하던 일상을 돌아보고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라는 경고가 아니었나 싶다.

지금 내 삶에 주어진 기쁨

큰딸아이가 육아 휴가를 마치고 출근을 시작한 지 3주 차, 낮시간 딸과 사위를 대신하여 손주 제영이를 돌보고 있다. 태어난 지 오 개월 된 제영이의 눈망울을 바라보는 것, 웃는 얼굴을 마주하는 것, 일을 마치고 현관문을 들어서는 엄마를 바라보며 기뻐하는 제영이를 대하는 것, 이 모든 시간이 축복이자 선물이다. 오늘은 약속이 있어 아침 9시 30분 포트 이리에서 출발하여 나이아가라를 거쳐 토론토로 왔다. 가고 오는 길에 들르는 나이아가라 폭포는 언제 보아도 장관이다. 일주일에 한 번 폭포를 바라볼 수 있음도 지금 내 삶에 주어진 또 다른 기쁨이자 선물이 아닐까.

나무와 나, 팬데믹이 준 선물 1

팬데믹이 내게 준 선물을 말하라면 나무와 더 친해진 것을 들고 싶다. 팬데믹 기간 중 집 주변을 걷거나 집에서 조금 떨어진 숲을 걸었다. 집 주변을 걸으며 집 앞에 심긴 나무가 계절을 따라 변하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숲을 걸으며 아름드리나무도 만나고 여린 묘목도 만났다. 어느 날은 이 나무가 말을 걸어왔고 어느 날은 저 나무가 말을 걸어왔다. 합창으로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기도 했다. 이제 나무와 나는 함께 호흡하는 친구가 되었다. 숨으로 연결된 나무와 나!

정상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고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 중의 하나는 커튼을 걷고 창밖의 나무를 바라보는 일이다. 지금은 가을의 절정, 단풍잎이 붉게 물들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노란 옷으로 갈아입은 자작나무도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중이다. 이렇듯 화려함을 자랑하다 하나둘 잎을 떨구고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게 되리라.

어머니의 칭찬 한마디

오늘 아침 이메일로 도착한 ‘삶의 지표가 된 칭찬 한마디’라는 제목의 ‘따뜻한 편지 1945호’를 함께 나눕니다. 박목월 선생님의 큰아들 박동규 교수의 이야기입니다. 박동규 교수님의 어머님 유익순 여사를 만난 건 군시절(1970년대 말)이었습니다. 군에서 여호수와 중창단이라는 이름의 중창단을 만들어 함께 활동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함께 했던 중창팀 멤버는 저를 포함하여 윤병현, 임승종, 이국재, 서태하 등이었지요. 언젠가 찬양을 하기 위해 서울로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이동원 목사님께서 시무하시던 교회에서 찬양을 하였고 박목월 선생님께서 출석하셨던 원효로 효동교회에서도 찬양을 했었지요. 효동교회에서 찬양을 마친 후 원효로의 한 한적한 다방에서 박동규 교수님의 어머님 유익순 여사를 만났습니다.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