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감격이 있는 나날 88

불평

‘다보스 2017 글로벌 임금계산기’에 따르면, 전 세계 사람들의 연간 평균임금은 20,328달러(약 2,300만원)라 한다. 인도는 연 1,666달러(약 180만원), 브라질은 연 4,659달러(약 530만원), 러시아는 연 5,457달러(약 600만원)이다. 아프리카의 말라위는 연 1,149달러(약 130만원)가 채 안 된다.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기본 생활조차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7억 8,500만 명의 사람들이 기본적인 식수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지구촌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먹을 물을 얻지 못하여 힘들어 한다. 8억 2,0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영양실조에 걸린 것으로 기록되었다(2018년 ..

공부와 나

자랄 때 부모님은 ‘공부해라’는 말씀을 입에 달고 사셨다. 내 이름이 '공부해' 인 줄로 착각할 정도였으니까. 큰아들이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대학에 가고 직장을 잘 잡아 반듯하게 살기를 원하셨기 때문이었으리라. 하지만 볼 때마다 공부하라고 하시는 부모님의 채근이 몹시 싫었다. 부모님이 그토록 원하셨던 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절실함이 생긴 건 제대하기 6개월 전쯤이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스무 살이 훌쩍 넘었을 때 이제는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생겨났다. 가정을 이루고 살려면 공부를 제대로 하여 직장을 잡는 길밖에 없었다. 이후 죽기 살기로 공부에 매달렸다. 다행인 것은 늦게 철든 대신 ‘평생 공부하며 살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지금도 나는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매 순간 깨닫고 배워가는 재..

장날

이상국 시인의 시 ‘국수’를 읽으니 오일장이 열리던 반야월장(안심장) 우시장이 떠오른다. 말뚝에 묶인 소들은 콧김을 내뿜으며 겁에 질린 채 눈망울을 껌뻑거리고 있었다. 군데군데 무리 지어 모여 떠들썩 이야기를 나누던 소 주인 모습도 보인다. 애지중지 키우던 소를 장에 내어놓은 허전함을 달래려 했던 것인가. 사람들은 장 안 국밥집으로 모여들었다. 천막으로 된 국밥집 모퉁이 문으로 주모 아지매가 잰걸음으로 오갔다. 밖에는 반쯤 열려진 가마솥 두 개가 걸려있었고 김이 모락모락 났다. 천막 안쪽 낮은 탁자 위에는 머리 고기와 수육, 순댓국이 놓여있었다. 길쭉한 판자로 만든 나지막한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불콰한 얼굴로 떠들어 대던 아저씨 아주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아버지는 둘도 없는 단골이었고 국밥집 주인 내외와..

포인세티아

지난해 11월 말 대강절을 앞두고 교회 강단 성탄절 강단 장식을 하였다. 지체(황정림, 신미정, 박형년 등)들과 함께 대형 리스(wreath) 다섯 개를 만들어 벽에 붙이고,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여 가지런히 놓고, 포인세티아 16개를 강단 앞쪽으로 배치했다. 1월 중순 성탄절 장식을 철거하며 포인세티아 화분 16개를 교회당 밖으로 빼내어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게 했다. 며칠이 지났음에도 대여섯 개가 남아있었다. 화분 둘을 가져와 현관 앞에 두었다. 그럭저럭 햇빛을 받아서인지 시들지 않고 잘 견뎌주고 있다. 마침 음식물 쓰레기를 거름으로 만드는 포카시 컴포스팅을 하고 있어 컴포스팅 중에 나오는 액비를 희석해서 뿌려주곤 한다. 햇볕을 받게 해주고 적당히 물을 주니 좋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생명을 돌보는 기..

나이아가라를 지나며

온화한 성품으로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던 선배분이 계셨다. 매사에 지나침이 없었으며 따듯한 분이이었기에 자주 어울리며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다. 선배는 일본에서 공부한 적이 있었다. 가끔 술자리에서 일본에서 유학할 당시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곤 하였다. 이어령 선생님과 함께했던 기억을 말할 때면 귀를 쫑긋 세워 들었다. 당시 그리 넓지 않았을 유학생 세계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일들이라 여겨졌다. 이어령 선생님께서는 당시 일본 문화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이해를 글로 표현하시거나 말씀하곤 하셨다. 선생님이 쓰신 책 ‘축소지향형의 일본인’은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라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나 또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은 88 서울올림픽 개막식 행사의 기획을 맡으셨고 나중에는 문..

눈 내린 날

눈 참 많이도 내렸다. 어깨 너머로 던지는 데 힘에 부쳐 쉬기를 여러 차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차가 빠져나갈 만큼만 치우자고 마음먹고 한쪽만 치우는 데도 힘에 부친다. 치우기가 힘든 건 사실이지만 흰 눈으로 뒤덮인 정경을 바라보면 가슴 설렌다. 한숨 돌릴 겸 집 안으로 들어와 따뜻한 차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본다. 뒷마당에도 눈이 수북이 쌓여있다. 무릎을 넘어 허벅지까지도 잠길 듯하다. 뒷마당 눈은 치우지 않고 그냥 둔다. 어쩌면 봄이 올 때까지 저렇게 쌓여있을지도 모른다. 눈 내린 날 흰 눈이 펄펄 내리면 마당 한쪽에 눈을 쓸어내고 쌀 몇 톨 뿌린 후 소쿠리 뒤집어 끈을 매달고 작대기 받혀 참새 잡으려던 어린 시절 생각이 난다. 오빠가 참새 잡아줄 게 호기롭게 말한 후 창호지 문구멍으로 뚫어지게..

사랑밥

저녁 시간 외출(수요예배)에서 돌아오던 참이었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려는데 의자 위에 커다란 통이 하나 놓여있었습니다. 무엇일까 궁금해하며 집 안으로 들고 들어와 식탁 위에 놓고 조심스레 열어보았습니다. 시레기국 한 통과 정성껏 포장한 면과 풋고추 썬 것, 그리고 가루로 된 소스가 들어있었었습니다. 이웃에 사시는 분 중 누군가가 가져다 놓으신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혼자 지내고 있음을 아시는 분이 제대로 해 먹기나 할까 염려하여 가져다 놓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알고 보니 지난 연말연시에 마음으로는 몹시도 그리워하면서도 연락을 드리지 못하여 죄송한 마음을 가졌던 이웃분이 가져다 놓으신 것이었습니다. 국을 데워 혼자 식탁에 앉아 먹는데 코끝이 자꾸만 시큰거렸습니다. 어린 시절 따뜻한 아랫목이 떠올랐습..

일상은 새로운 기적을 동반합니다

새해 들어 처음으로 포트 이리로 가는 길입니다. 오늘 나이아가라 폭포로 떨어지는 물은 평소와는 다르게 누렇습니다. 눈 녹은 물이 강으로 흘러들어 그런 것일까요? 폭포 위쪽에서 흐르는 물도 평소와는 다르게 흐린 편입니다. 토론토에서 출발하기 전 맥도널드에 들러 커피를 한 잔 사서 나이아가라까지 오는 동안 홀짝거리며 왔습니다. 도넛도 하나 곁들여 먹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나이아가라 강 위쪽에 위치한 팀호튼에 들렀습니다. 토론토에서 포트 이리로 가는 길이나 포트 이리에서 토론토로 돌아가는 길에 들리곤 하는 커피점입니다.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온타리오주에서는 1월 26일까지 다시 락다운에 들어가 레스토랑들은 테이크 아웃 외 다이닝은 허락하지 않습니다. 나이아가라에서 출발하여 포트 이리까지는 이십오 분가..

詩적인 새해 목표

새해가 되면 네 식구가 모여 각자 목표를 말하고 이유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는 두 딸이 출가하여 가정을 이루고 사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족 카톡방에 이렇게 썼다. "올 한 해 개인적인 목표와 기도 제목을 나눕니다. 1) 경이로움과 결혼한 신부로 한 해를 살겠다. 2) 세상을 두 팔로 안은 신랑으로 살겠다. 가족과 이웃, 지구와 세상을 사랑하며 살겠다. 3) 흙이 되어 포용하겠다." “목표가 굉장히 시적이네요.”. 시에서 따온 목표임을 큰딸은 어떻게 알았을까? 문득,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해왔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목표는 측정 가능하도록 수치화되어야 하고, 언제까지 달성할지 기한이 있어야 해요." 노파심을 이기지 못하고 몇 자 적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측정 가능케..

2022년 새해를 기다리며

매년 연말연시가 되면 연례행사처럼 하는 일이 있다. 하나는 영화를 보는 일이다. 그것도 한두 편이 아닌 여러 편을 한두 달 사이에 본다. 아카데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될 가능성이 높거나 노미네이트 된 작품을 미리 보고 후에 아카데미상 시상식 실황을 보는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는 펜데믹 때문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지 못했다. 94회 아카데미 상 시상식은 2022년 3월 27일에 열릴 예정이다. 작품상 후보작으로는 벨파스트(Belfast), 파워 오브 도그(The Power of the Dog-Netflix), 듄(Dune), 웨스트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리커리쉬 피자(Licorice Pizza), 코다(CODA-Apple Original Films) 킹 리처드(King Ric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