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감격이 있는 나날 88

나이아가라 강 가에서

제영이를 돌보느라 토론토와 포트 이리를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덕분에 나이아가라 폭포도 수없이 지나다녔고... 온타리오주 포트 이리에 거주하며 매일 국경을 너머 뉴욕주 버펄로로 출근하는 딸 내외를 돕기 위함이었다. 테어난 지 15개월 된 제영이는 일주일 후부터 버펄로 마운트 세인트 메리 병원에 연접한 데이 케어에 맡겨 돌보게 할 예정이란다. 아내를 픽업하러 토론토에서 포트 이리로 가던 중 나이아가라 강 상류에 간이 의자를 펴 자리를 잡고 커피를 마신다. 손주 제영이가 태어나 지금까지 잘 자라 준 것도, 두 시간 거리의 토론토와 포트 이리를 오가며 사고 없이 잘 다닌 것도 감사한 일이다. 잔잔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감사의 제목들을 떠올린다. 추석을 하루 앞둔 이날 날씨는 화창하고 피부를 스치는 바람은 감..

여름날 아침 식사

여름이면 뒤뜰에서 아침 식사를 하곤 한다. 오늘은 9월 2일. 가든에서 딴 피망과 부추, 토마토를 주 재료로 오믈렛을 만들어 아침을 먹는다. 빵과 녹차 그리고 갓 내린 커피. 아내가 포트 이리에 가있어 혼자인 게 아쉽지만 오롯이 나 자신과 즐기는 이 아침 시간도 소중하고 귀하다. 봉선화, 베고니아, 하이비스커스, 제라늄, 샐비어, 메리 골드 등 정원에 심긴 꽃들도 활짝 웃으며 늦여름을 즐긴다. 부추와 상추 쑥갓은 꽃대를 피어 올린 지 오래고 들깨도 갓 시집온 새색시처럼 수줍게 꽃대를 피어 올리기 시작하였다. 자작나무를 스쳐가는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 사뿐사뿐 날아다니는 흰나비, 윙윙거리는 벌들의 날갯짓소리... 아~ 가을이 저만치 오고 있다.

제영(Jayden)과 시온(Zion)의 유아 세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할아버지가 되고 두 명의 손주를 가지게 될 줄을 몰랐다. 알다시피 요즈음 젊은이들은 결혼하지 않고 살기도 하고 또 결혼하더라도 자녀를 가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녀를 가지고 싶어도 불임으로 인하여 출산하지 못하는 가정을 보기도 한다. 딸들이 결혼한 이후 2~3년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내 자녀라고 특별히 다를 것은 없겠다 싶었다. 자녀를 가지거나 가지지 않거나 자신들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 생각했다. 2년 전 추수감사절이었던가. 첫딸로부터 아기가 생겼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둘째로부터 아기를 가졌다는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참으로 반갑고 기쁜 일이었다. 딸들은 임신기간을 건강하게 잘 보냈고 손주 제영과 시온을 출산했다. 감사하게도 두 사위와 딸들은 ..

플로깅

생태계 보전과 환경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몸담은 본 한인교회 내에 환경위원회가 생긴 이후부터이다. 환경위원회가 발족한 이래 생태와 환경 관련 세미나에 참석도 하고 따로 시간을 마련하여 공부도 했다. 최근에는 토론토 생태 희망연대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본 한인교회에서는 지난 6월 11일 토요일 오전 플로깅 모임을 했다. 어린이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백 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하여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교회 주변과 인근 공원을 걸으며 쓰레기를 주웠다. 자녀들과 함께 함께한 분들도 여럿이었다. 젊은 엄마 아빠들은 최근 참여한 모임 중에서 가장 보람되고 신나는 일이었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했다. 어르신들도 우리가 말로만 사랑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행함으로 이웃과 자연을 돌보는 것이 ..

2022 RBC Canadian Open

RBC Canadian Open이 토론토(이토비코) St. George’s Golf Course에서 6월 9일부터 12일까지 열렸다. 6개월 전 weekly pass를 미리 사두었으나 하필 대회가 열리는 한 주간 여러 일들로 분주하였다. 금요일(10일) 오전 잠시 시간을 내어 골프장에 들렀다. 경기 전 퍼팅 연습을 하는 선수들의 모습과 한 홀 한 홀 집중하여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눈여겨보았다. 스카티 셔플러와 샘 번즈의 경기 모습과 한국계 존 허 선수와 덕 김의 퍼팅 연습 모습, 세인 라우리가 퍼팅 그린에서 연습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전 대회 우승자였던 로리 맥킬로이가 백투백 우승을 차지했다.

텃밭 가꾸기 2022년 6월 중순

올해의 텃밭도 그럭저럭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오이딱정벌레가 담장에 연하여 심은 호박들을 못살게 굴지만 잘 견뎌주고 있다. 새순이 나는 족족 잎을 갉아먹으니 무척 힘들어 한다. 어제 골프를 함께 한 이 장로님께서 라운딩을 끝낸 후 더덕과 쑥갓 모종을 주셨는데 아침에 텃밭에 내다 심었다. 더덕도 넝쿨식물 중 하나라는 걸 오늘에야 알았다.

뭐가 미안해

주말에만 만나는 아내는 “미안해”라고 말했다. ‘담장 밖 사역’을 하러 간다고 생각하라고도 했다. 어떤 분과 아침 식사를 함께하기로 했다며 문밖을 나서던 아내가 내 얼굴을 바라보며 한 말이었다. 만나는 분은 젊은 딸을 잃은 어머니였다. 아내에게 한동안 피아노를 배웠던 제자가 그분의 따님이었다. 제자는 서른 살에 세상을 떠났다.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제자를 떠나보낸 셈이고, 엄마의 입장에서 보면 시집도 안 간 딸을 잃은 셈이다. 아내는 딸을 잃은 엄마와 만나려고 이 년여를 기다려왔다. 딸을 먼저 떠나보낸 엄마가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제자를 잃은 슬픔과 딸을 잃은 아픔, 그 슬픔과 아픔을 서로 나누며 힐링의 시간을 가지려 한 것이다. 아내는 아침 식사를 함께한 후 숲을 걸을 예정이라고 ..

호박 모종

사월 하순으로 접어들 즈음 호박씨를 심었다. 모종으로 키워 텃밭에 내다 심을 요령이었다. 작은 화분에 씨앗을 하나씩 넣고 흙으로 덮었다. 창 쪽에 가지런히 놓았다. 며칠이 지나자 흙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새싹이 머리를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경이롭지 않은 생명이 어디 있으랴. 작은 씨앗에 담긴 생명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이 경이로웠다. 싹을 틔운 후 하루가 다르게 키를 키우는 여린 녀석들이 귀하고 대견했다. 토론토는 겨울이 길다. 텃밭에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내다 심으려면 오월 중순은 지나야 한다.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땅에 바로 씨를 넣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늘 작은 화분에 씨앗을 심고 실내에서 싹이 돋아나기를 기다린다. 싹이 트고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기 위함이다. 텃밭에 내다 심으려면 열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