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감격이 있는 나날 88

소확행

나이아가라에 자주 오게 된다. 앞으로 포트 이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아내와 둘이서 나이아가라 골프장(Niagara Falls Golf Club)에서 골프를 했다. 전날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페어웨이 곳곳에 물이 고여있었고 잔디가 웃자라 공이 멈추어 서버리곤 하는 것만 제외하면 무척 만족스러웠다. 골프장의 디자인과 관리상태 또한 준수했다. 홀아웃 후 클럽하우스에서 핫도그를 먹었다. 근래 먹었던 핫도그 중 최고였다. 적당히 구워진 빵 잘 익은 소시지 위에 잘게 썬 양파와 오이 피클이 올려져 있었다. 핫도그를 먹기 위해서라도 골프장을 다시 방문하고 싶었다. 골프장에서 삼십분 거리에 있는 딸네에 왔다. 막 퇴근한 사위와 함께 335 on the Ridge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유모차에 누워..

험버 리버 트레일을 걸으며

숲속을 걷거나 들길을 걸으면 어린 시절 뛰놀던 사과밭이 떠오르곤 한다. 땅거미가 지던 석양 무렵 서늘하던 땅 기운이며 낙엽에서 풍기던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스치는 듯하다. 과수원길 양옆으로 서 있던 아카시아와 탱자나무 울타리가 생각난다. 벼가 누렇게 익어가던 논둑길이 떠오르고 가마솥에서 밥 익는 냄새며 집마다 하얗게 피어오르던 연기가 떠오른다. 나는 오늘 들길을 걸으며 어린 시절 자라던 고향 집에 다녀왔다. 2021년 9월 17일

자연이 주는 힐링(지에코 팜)

필립 정(정필상) 선생님 내외분은 지난해 10월 토론토 동쪽에 위치한 *뉴케슬에 50에이커(약 60만 평)의 농장을 사서 친환경 유기농 농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농장 입구에 놓인 텐트 안에서 대화를 나눈 후 한 시간가량 농장 안 산책코스를 거닐었다.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냇가며 그 위로 놓인 나무다리를 건너 삼나무 숲을 걸었다. 물푸레나무며 금강송을 만나기도 했고 야생으로 자라는 사과를 따 먹기도 했다. 노랗게 물결치는 양미역취 군락 사이를 걸으며 생태계와 숲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제왕나비는 날개를 펄럭이며 이꽃 저꽃 날아다녔다. 먼 남쪽 멕시코로 날아갈 채비를 하는 듯하였다. 주위를 돌아보니 밀크위드(milkweed)도 여기저기 보였다. 산책을 마칠 무렵 삼나무 그늘 아래 통나무로 만든 의자에 앉..

그리운 어머니

어머니 올해도 텃밭이 풍성했습니다. 토마토며 호박, 고추며 깻잎, 부추와 상추, 가지까지 채소며 열매들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어릴 적 과수원에서 땀 흘려 농사지으시는 모습을 보고 배운 탓인지 저도 농사를 제법 잘 짓는답니다. 담벼락 아래로 심은 베고니아며 마리골드, 샐비어도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수려하게 피어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뒤뜰로 나가면 활짝 웃으며 반겨주곤 했었지요. 어머님께서 외출했다 돌아오는 아들을 늘 반갑게 맞아주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제 9월도 중순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정원을 둘러싼 단풍나무 잎이 붉게 물들어 갑니다. 머지않아 자작나무 잎들도 노란빛을 띠겠지요. 찬란한 기품을 자랑하는 단풍잎도 결국엔 하나둘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게 될 것입니다. 곧 사그락사그락 눈이 내리..

September 2, 2021 시온이 귀빠진 날

손자 김 시온이 태어났다. 내 마음 한구석에 늘 아기같이 귀엽고 예쁘게만 느껴지는 둘째 딸 지은이가 자신의 아들 시온을 낳은 것이다. 2021년 2월 20일 토요일 저녁 둘째 지은이 집에서 큰딸 지혜의 배 속에 있는 아기(태명 아울이, 지금 제영이)의 젠더 리빌(gender reveal) 파티가 열렸다. 이날 둘째가 식사 후 자신이 만든 포춘 쿠키(fortune cookie)라며 디저트를 내어놓았다. 그 디저트 포춘 쿠키 안에 ‘September 2021’이라는 글이 적힌 쪽지가 들어있었다. 나는 그 글이 무슨 의미일지 알지 못하고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알아 맞추어보라는 은근한 재촉에 계속 얼버무리고만 있었다. 놀랍게도 둘째 딸 지은이와 사위 김 형주 사이에 손자가 태어날 예정인데 그 예정일이 Septe..

황홀한 아침

여름 한철 아침은 주로 가든에서 먹는다. 토스트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커피 한 잔을 곁들인다. 가끔은 아내가 텃밭에서 기른 채소로 오믈렛을 만들어 오기도 하고... 꽃들 사이로 부지런히 넘나드는 벌이며, 바람에 살랑거리는 자작나무 이파리며, 붉으스름 익어가는 토마토며, 보랗빛 자태를 뽐내는 가지며, 가만히 내려앉는 아침 햇살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코끝을 스치는 커피향과 함께 신선한 아침을 맞는 이 황홀함, 오늘도 감격과 감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내 생애 홀인원

골프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동반자들이 홀인원 한 경험을 이야기 할 때면 부럽기만 하다. 나도 평생에 한 번쯤은 해보았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PGA 선수들도 티샷한 공이 홀컵으로 한 번에 빨려 들어가면 만세를 부르고 캐디는 물론 동반자들과도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기뻐한다. 예전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정금석이라는 동료 겸 친구가 있었다. 호방한 성격에 키가 크고 일도 잘해 상사는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반듯한 매너에 골프도 잘하여 골프 친구도 많았다. 라운딩할 때면 플레이를 도와주는 캐디들도 금석이는 더 잘 챙겨주는 듯했다. 언젠가 자신이 홀인원 한 날 동반 캐디에게 선뜻 백만 원, 캐나다 달러로 천 불이 넘는 돈을 팁으로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골프장에 나무를 심고 동반자들에게 ..

2021년 본 남성합창단 골프 모임

본 남성합창단이 창단된 지 2년째 되든 해 합창단 멤버로 가입했다. 김명세 이경재 안효인 신홍기 임대성 이택희 이렇게 여섯 명이 중창팀을 만들어 활동하다 중창팀 활동을 중단하고 본 남성합창단에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10년 이상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매년 한두 차례 골프를 함께 하곤 하는데 올해 첫 번째 라운딩은 7월 17일 토요일 Silver Lakes Golf Club에서 가졌다. 개인적으로 아내도 함께 하여 기쁨이 더했다.

옛 직장 동료들과 함께

오랜 친구들과 운동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서울에서 직장생활 할 때 만난 동료들이 캐나다 토론토로 건너와 각자 삶의 터전을 일구고 살아가며 정기적으로 만난다. 골프 시즌이면 함께 필드를 걸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곤 한다. 때로는 축하의 인사를, 때로는 위로의 말을 건네며 우정을 나눈다. 삶의 여정을 함께하며 우정을 나누는 이들 친구가 있기에 더욱 살맛 나는 세상이다. 최근 토론토의 Tam O’shanter golf course에서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

켄싱턴 마켓 청춘 핫도그

이웃에 사시는 장로님께서 청춘 핫도그 가게를 여셨다. 개업 전날 이웃과 지인들을 초청하여 공짜로 핫도그를 나누어 주셨다. 마음껏 먹고, 한가득 싸주셨다. 가지고 가기를 강권하시는 장로님의 권유에 마지못한 듯 손에 들고 돌아왔다. 마침 집에 머무르고 있는 둘째 내외와 나누어 먹었다. 청춘 핫도그는 처음 먹어보았는데 쫄깃쫄깃하고 맛이 좋았다. 가끔 코스트코에서 파는 핫도그를 사 먹곤 했는데 청춘 핫도그의 맛은 차원이 달랐다. 청춘 핫도그를 먹으면 새로운 청춘이 시작되는 건 아닐까?ㅎㅎ 토론토에도 여러 개 청춘 핫도그 가게가 있는데 한국인들에게도 인기가 있지만,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가게마다 청춘 핫도그를 사 먹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서곤 한다. 이웃에 살며 정을 나누고, 교회를 함께 섬기며 동고동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