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야 마시150226 딸아이가 관속에 누운 엘리야 마시를 보고 왔다. 엘리야는 며칠 전 혼자서 집 밖으로 나가 눈 속에서 헤매다 얼어 죽었다.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였다. 생글생글 잘 웃던 세 살배기 엘리야는 사람들 마음속에서 예쁜 꽃으로 다시 피어났다. 내일이 지나고 모래가 되면 엘리야는.. 문학일기 2015.03.01
시대의 스승께 듣는 지혜 젊은 시절 삶에 영향을 미친 분을 들라면 김형석, 안병욱, 김태길 교수님을 들 것이다. 공교롭게도 세 분은 친구셨다. 쓰신 글이 발표될 때면 누구보다 먼저 서점으로 달려가 사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회사의 실무 책임자로 있을 때였다. 고객 사은행사에 모셔서 강연을 해주실 분이 필요.. 문학일기 2015.02.26
참회록 150225 껑충거리며 다니느라 정작 잡아야 할 것을 놓치고 있었다. 예술을 하겠다는 사람이 예술에는 관심이 없었고 엉뚱한 일에 온통 마음이 가 있었다. 노느라 정신이 없었고, 먹고 살 일을 쫓아다니느라 바빴고, 언감생심 바라보지도 못할 자리에 마음이 가 있었다. 빈 깡통처럼 시끄러운 소리.. 문학일기 2015.02.26
엽서 한 장(150217) 스와로브스키 가게를 지나쳤다. 목걸이라도 하나 사볼까 살짝 망설였다가 포기하는 데는 단 일 초도 안 걸렸다. 의자에 앉아 탑승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엽서 한 장에 마음을 담는 데는 구백 초가 걸렸다. 종이로 된 엽서에 어떻게 마음이 담기겠는가만은 마음씨 고운 아내는 그 이상을.. 문학일기 2015.02.22
슬픈 이야기 (150220) 세 살배기 ‘엘리야’가 새벽녘에 집 밖으로 나갔다. 짧은 셔츠에 기저귀를 차고 신발만 신은 채였다. 꽁꽁 얼어붙은 동토가 기다리는 줄 알 리 없었다. 식구와 이웃, 경찰 백여 명이 발 벗고 나서 찾기 시작했다. 영하 이십 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였다. 아이가 없어졌다는 소식이 순식간에 .. 문학일기 2015.02.20
봄을 찾아서 (150210) 새벽녘 살포시 깨어 들으니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꿈속에서 듣는 소리인 줄 알았다.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도 분명했다. 조금은 놀라기도 했다. 한겨울에는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다시 듣고 싶어 했던 속삭임, 때로는 외롭게, 때로는 청아하게, .. 문학일기 2015.02.11
플로리다 상공 150209 구름을 벗어나자 하늘엔 파란 물감을 터트렸다. 양털 구름과 바다를 닮은 하늘 사이엔 태양 빛뿐이다. 난기류를 만나 흔들렸다. 흔들리는 것이 어디 비행기뿐이랴. 춤을 추던 기체며 의자가 평형을 되찾았다. 수평을 유지하며 플로리다 상공을 날았다. 크고 작은 호수와 연못이 내려다보.. 문학일기 2015.02.10
육신의 장막이 걷히면 150208 영화에 나오는 호화주택이 그보다 나을까. 대리석과 상아로 도배한 거실에, 아방궁 같은 화장실에, 요리가 저절로 될 것 같은 부엌에, 보통사람들 집 전체만 한 옷장에, 문장이 술술 읽힐 듯한 도서관에, 독서등과 소파에, 호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경관에, 백악관을 이에 견줄까. 팔려고 .. 문학일기 2015.02.08
라즈베리 150207 서너 명이 둘러앉아 커피에 곁들여 베이글을 먹고 있었다. 블루베리 베이글을 먹는데 옆에 앉은 친구가 물었다. “블루베리는 어디서 나지, 나무에서 나나?” “넝쿨이 넝쿨넝쿨 있는 줄기에서 나지 않을까?” 다른 친구가 말했다. “그러면 블랙베리는 어디서 나지?” “늪에서 자랄걸... 문학일기 2015.02.08
도넛 하나 150204 커피 타임 앞 사거리는 지나다니는 차들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밀쳐낸 눈덩이가 인도 한쪽에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등교 시간, 젊은 엄마가 미운 일곱 언저리로 보이는 아이 둘을 데리고 올망졸망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막내는 문밖에 서서 창에 얼굴을 대고 안쪽을 들여다본다. 둘러.. 문학일기 2015.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