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151012 어릴 적 어머님과 함께 친척 집을 방문하기라도 하면 친척 분들은 대개 밥은 먹었느냐고 먼저 물어오셨다. 어머님 대답은 한결같았다. "방금 먹고 왔다." 였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도 늘 같은 대답이셨다. 정직하게 먹지 않았다고 말씀드리고 싶으나 꾹꾹 참아야 했다. 먹고 싶은 .. 문학일기 2015.01.13
말이라고 다 말은 아니다 151011 말하려 한다. 시로 말하고 노래로 말하고 그림으로 말하고 조각으로 말하고 만화로 말하려 한다. 심지어 파리의 테러리스트들도 말하려 했다. 풍자만화를 그린 만화가도 말하려 했고 오늘 아침 헬스클럽 사우나에 앉아 나를 바라보던 검은 피부의 아저씨도 말하려 했다. 말이 없는 세상은.. 문학일기 2015.01.12
상처가 상처를 치료하는가 150110 원주민들은 백인들의 말-특별히 사랑한다는 말은 더욱-을 신뢰하지도 않고 듣지도 않는다. 그들이 저지른 만행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람의 말은 귀담아듣는다. 생김새도 비슷하지만 우리 민족이 일본에 당한 수모와 수치를 알기 때문이리라. 원주민이 겪는 아픔과 우리가 당.. 문학일기 2015.01.11
그가 떠났다 150110 그가 떠났다. 지난 육 년 동안 나는 그의 주변을 그는 내 주변을 맴돌았다. 일자리에도 함께 있었고 안식의 자리에도 함께했다. 캐나다로 삶의 거처를 옮겨왔음에도 자녀들과 함께 예배의 자리에 나아가지 못함(부모를 따라 옮기지 아니하고 다니던 곳을 계속 다니겠다고 고집했다)을 안.. 문학일기 2015.01.10
카페 안 풍경 150108 는적거리는 여가수의 목소리가 실연의 아픔을 절절히 노래한다. 프로머나드 몰(promenade mall) 건너편에 위치한 스타벅스. 유대인이 많은 동네답게 차려입은 모습도 유별나다. 계산대 앞쪽으로 줄이 제법 길다. 뼛속까지 얼어붙는 오늘 같은 날씨엔 막 내린 따끈한 커피가 제격일 터. 특유의 .. 문학일기 2015.01.10
목표 150108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목표라는 단어에 익숙해졌다. 년 말이면 다가올 새해의 목표를 수립하기에 바빴고, 분기 말이면 다음 분기의 목표와 계획을. 월 말엔 내 달 목표를 확인하며 조율했다. 주말엔 다가올 일주일의 목표를 점검했고 저녁엔 다음날 목표와 계획을 되.. 문학일기 2015.01.09
건망증 150106 노숙자 섬김이 있는 날, 일을 마치고 현관 앞에 들어서니 아홉 시가 되어간다. 세 시간가량 집을 비운 셈이다. 열쇠로 문을 따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연기가 자욱하다. 타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어찌 된 일인가. 새벽에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고 비워진 상태로 있었다. 그동안 무언가 타고 .. 문학일기 2015.01.06
나도 모르는 나 150106 자기 말만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예전에 자신은 이런 사람이었다는 둥, 자신이 일할 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둥 대개 그런 이야기들이다. 대놓고 가진 것을 자랑하기도 하고 은근히 과시하기도 한다. 처음 몇 번은 모른 척 들어주다가도 나중에는 슬슬 피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문학일기 2015.01.06
잊히지 않는 기억 150105 초등학교 졸업을 눈앞에 둔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살던 과수원집 사과나무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가지 곳곳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부풀어 올랐다. 피부가 곪은 듯 보였다. 허연 속살을 드러낸 곳도 있었다. 부란병이라 했던가. 곪은 부위를 긁어내고 약을 발라 치료를 했지만, 병이 .. 문학일기 2015.01.06
손님 2, 150104 <손님 2, 150104> 아침이면 찾는 커피점, 커피야 집에서 마셔도 되지만 굳이 그곳을 찾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생각하기 위해서라고나 할까. 떠나 보낸 하루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하루를 계획하기에 적당한 곳이다. 너무 조용하지도 않고 너무 시끄럽지도 않은 곳. 출근하는 사람들-몸에.. 문학일기 2015.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