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150121 십 주간의 노숙자 봉사가 끝났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할 수 있어 좋았다. 화장실 청소를 할 수 있어 더 좋았다. 변기에 묻은 누런 얼룩을 훔쳐내고 버려진 생리대가 담긴 휴지통을 비울 수 있어 기뻤다. 물걸레로 바닥을 닦아낼 땐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가끔 집에서 청소를 할 때면 .. 문학일기 2015.01.22
세 살배기 150119 “여기는 아빠가 앉을 자리, 여기는 오빠가 앉을 자리, 여기는 내가 앉을 자리, 옷은 아빠가 앉을 자리에 걸고, 모자는 오빠가 앉을 자리에 두고, 장갑은 내가 앉을 테이블에 놓고… .” 오뚝한 콧날에 바다를 닮은 눈동자를 가진 세 살배기가 가족이 앉을 자리를 찜하고 있다. 엄마는 일터.. 문학일기 2015.01.20
신변잡기 <항거(抗拒)> 150118 침침하다. 거칠게 다룬다고 항거라도 하는 걸까. 핸드폰 액정을 통하여 긴 시간 글을 읽고, 책상 위의 서류를 뒤적이고, 틈만 나면 책이나 신문을 읽고, 그것도 부족하여 소파에 늘어져 앉아 화면에 꽂혀있으니 데모를 할만도 하다. 아침에 일어나 액정 속의 글을 읽으려니 흐릿하여 보이.. 문학일기 2015.01.19
늦은 때는 없다 아내의 친구는 나이가 70에 가깝다. 45분에 50불씩 레슨비를 내고 일주일에 한 번씩 하프를 배운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하프를 타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시작하기에 너무 늦었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는 말이랑 똑같다. 문학일기 2015.01.18
주름 150116 삶의 뿌리를 낯선 땅으로 옮겨 심은 지 사십 년 된 아저씨는 칠십에 가깝다. 먼발치에서 뵐 때마다 주름이 깊다는 생각을 하였다. 보통 키에 단단한 어깨는 여느 모로 보나 고집이 고래 힘줄 같고 강단이 있어 보였다. 한번은 말도 붙일 겸 텃밭 가꾸기에 대해 여쭈어보았다. 기대와는 달리.. 문학일기 2015.01.18
신변잡기 (쓴맛) 150116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위치한 T사는 2015년 1월 15일 아침 캐나다 내 133개 매장의 운영을 전면 중단한다는 발표를 했다. 22개월 운영에 누적적자 5.6 billion 달러(한화 5조 6천억)를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라 한다. 17,600명의 종업원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한국에서 캐나다에 이주해 온 .. 문학일기 2015.01.17
신변잡기 (생일상) 150115 아내가 쇠고깃국을 끓이고 두부 졸임과 마파두부를 만들어 조촐한 생일상을 차려주었다. 부족한 남편에게 평생을 하루같이 좋은 음식으로 대접해주었는데 또 이렇듯 마음을 써주니 고맙다고 했다. 스치듯 보니 아내의 얼굴에 보일 듯 말 듯 미소가 머문다. 새 김치를 썰어 접시에 담아오.. 문학일기 2015.01.16
4호 법정 150114 판사의 자리는 제일 위쪽에 위치해 있다. 높다란 의자가 위엄을 나타낸다. 아래로 서기의 책상과 컴퓨터가 놓여있고 더 아래로 서기보조의 책상과 의자, 마이크가 놓여 있다. 말하자면 삼단인 셈이다. 규모는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서기는 법정에 출석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끄고 모자를.. 문학일기 2015.01.15
수도원의 하루 150113 <아침 정경> 소근소근 내려앉는 아침 햇살 새근새근 잠든 아가의 고운 얼굴 <아침 식사> 치즈와 햄, 토스트, 요구르트, 커피, 사과 주스, 과일-딸기, 파인애플, 멜론- 베이글과 크림치즈, 참 많이도 먹는다. 천천히 음미하며 씹는다. 말하지 않고 먹기만 한다. 음식에 집중한다. Here an.. 문학일기 2015.01.15
수도원의 아침 151013 수도원의 아침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지지배배 우짖던 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눈 덮인 대지 위로 듬성듬성 자리잡은 고목(古木)엔 가지만 앙상하다.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소나무와 용솟음치듯 솟아있는 침엽수가 수도원을 지키기라도 하는 듯 우두커니 서 있다. 이글거리며 떠오르는 .. 문학일기 201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