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일기 138

리온이

천사 같은 얼굴로 잠을 자다가 툭 하는 소리에 잠이 깼네 고사리손 만지며 토닥여 주니 금세 다시 잠이 들었네 근심이라고는 없는 평온한 얼굴로 잠든 리온이 모습 가만히 바라보니 내 마음도 평온해지네 단풍잎이 곱다지만 들꽃이 고아하다지만 국화가 향기롭다지만 잠든 아가 모습만 하랴 구십 성상 넘기신 어머니 갓난아기 시절 잠든 내 얼굴 바라보시며 무슨 생각하셨을까?

문학일기 2023.11.01

첫눈

동아일보 12월 17일자에 실린 글을 함께 나눈다. [나민애 시가 깃든 삶]〈377〉 여자는 털실 뒤꿈치를 살짝 들어올리고 스테인리스 대야에 파김치를 버무린다. 스테인리스 대야에 꽃소금 간이 맞게 내려앉는다. 일일이 감아서 묶이는 파김치. 척척 얹어 햅쌀밥 한 공기 배 터지게 먹이고픈 사람아. 내 마음속 환호는 너무 오래 갇혀 지냈다. 이윤학(1965∼) 눈이 오면 어른들은 기쁘지 않다. 대신 오만가지 복잡한 심정이 든다. 올해도 지나가는구나 착잡한 마음이 들고, 내일 출근길은 어쩌나 빙판도 걱정하게 된다. 펑펑 함박눈이 내리면 이러다 집에 못 가는 건 아닌가 불안하기도 하고, 오도 가도 못하게 눈 속에 갇혀 세상과 멀어지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눈이 오면 아이는 기쁜 마음으로 느리게 걷지만, 어른은 여..

문학일기 2022.12.17

잔말 말고 쓰자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이고, 우리는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 - 소설가 필립 로스 “중요한 건, 전업 작가라면 적어도 하루에 네 시간 이상 일정한 시간을 두고, 그 시간에는 글쓰기 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다.” - 레이먼드 첸들러 글을 쓰는 사람은 영감이 떠오르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그냥 일어나서 쓰는 것이다. 하루 네 시간은 못쓸 지라도 하루 두 시간 이상은 쓰는 사람이라야 작가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레이먼드 첸들러(Raymond Chandler 1988~1959)는 미국의 소설가 데실 헤밋과 더불러 하드 보일러 소설의 전형을 제시한 인물이다. 아서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를 창조했다면 레이먼드 챈들러는 필립 말로를 만들어 냈다. 첸들러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이미지..

문학일기 2022.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