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리는 이유 <봄비가 내리는 이유/閑素> 봄비는 왜 내리나 겨우내 추위에 떨었던 나뭇가지 간질여 주려 내리지 봄비는 왜 내리나 물 길어 올리는 자작나무 도와주러 내리지 봄비는 왜 내리나 피 뽑히는 단풍나무 목 축여주려 내리지 봄비는 왜 내리나 수줍게 피어나는 수선화 마중하려 내리지 봄.. 수필·시 2017.04.08
봄을 기다리며 봄을 기다리며/閑素 그래요? 그렇지? 그렇겠군요,라고만 말하란다 답을 구하거나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니 들어만 달란다 서둘러 결론 내려 하거나 해결방안 알려 주려 하지 말고 그래요? 그렇지? 그렇겠군요,라고만 반응하란다 누가 뭐 큰 스승이라도 되는가 해결책을 척척 이야기하.. 수필·시 2017.03.26
憤怒-‘욱’하는 성질 <憤怒-'욱’하는 성질/閑素> 미련한 마음이 화급히 방향을 틀다 아스팔트 위로 쓰러지자 맹수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물어뜯는다 살점이 북북 찢겨 나간다 예고도 없이 뿔 달린 머리통을 불쑥불쑥 들이미는 소 소같이미련한마음이맹수를피해도망치며화급히방향을틀다아스팔트도로위.. 수필·시 2017.03.22
갈대 <갈대/閑素> 쭉정이만 남은 여윈 갈대가 나란히 줄지어 서서 바람에 흩날리는 건 홀로 빈방에 앉아 우두커니 천정을 바라보시는 어머니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다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잔뜩 흐린 날 아침, 온타리오(Ontario) 본(Vaughan)의 사우스브룩(South Brook Farm) 농장 사이로 길게 뻗은 .. 수필·시 2017.03.20
약함의 나눔 <약함의 나눔/閑素> 그대 약한 것이 나의 약한 것이요 그대 아픔이 나의 아픔과 다르지 않다 약함의 나눔은 상처를 꿰매고 피 흘림을 멈추게 하나니 귀를 열어 그대 이야기를 듣고 따뜻한 눈빛으로 그대의 눈빛을 바라보면 호수가 보인다 때론 호수에 바람이 불고 파도가 일렁이나 어.. 수필·시 2017.03.20
죽음 묵상 입을 잔뜩 벌리고 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긴장이 되는 건 어릴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옆 진료실에서 이빨 가는 소리가 들려올 때면 더욱 그러하다. 젊은 의사가 메스로 잇몸을 가른다. 고등어 머리를 쳐낼 때 비릿한 냄새가 물씬 풍긴다. 혀끝이 짭짤하다. 고향 집 아래 강 언덕.. 수필·시 2017.03.09
담이 높아 보이면 담이 높아 보이면 이택희 어릴 때의 일이다. 골목에서 축구를 하다가 남의 집 담장 너머로 공이 넘어가 버리면 난감하였다. 높은 담을 뛰어넘기도 어려울뿐더러 설사 넘는다 하여도 주인이 쫓아와 야단칠 것 같았다. 누렁이가 놀라 짖어대기라도 하면 더욱 난망하였다. 이리저리 서성이.. 수필·시 2016.01.10
때가 차면 때가 차면 이택희 땅이 온통 꽁꽁 얼어붙었다. 나뭇가지는 잎사귀 하나 남기지 않은 앙상한 모습으로 바람에 제 몸을 내어 맡기고 있다. 옷깃을 여민 채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찬 기운이 훅하고 온몸으로 파고든다. 싸하다. 사실은 집에서부터 추울 줄 알고 단단히 차려입었다. 겹.. 수필·시 2016.01.07
희망의 씨앗 되돌아보면 어지러웠던 한 해였습니다. 밝은 일보다 어두운 일이, 기쁜 일보다 슬픈 일이 더 많지 않았나 싶습니다. 에볼라(Ebola) 공포가 세계를 뒤덮었고 지구촌 곳곳에서 테러와 분쟁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기억조차 하기 싫은 세월호 참사로 눈망울 초롱초롱하던 우리.. 수필·시 2015.01.02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글귀가 탁자 위에 놓여있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마라.”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 집을 방문하거나 분식점이나 빵집 같은 곳을 가면 쉽게 발견하곤 하던 글귀였다. 아직도 이런 글이 놓여있구나! 지인은 한국에서 알아주는 직장에서 부장.. 수필·시 2014.11.28